기록해야 할 한국 근현대 건축

 

쌓아 올려야 하는 기록은 건축물의 높이뿐인가, 그를 완성하기까지 들인 시선인가. 지금부터라도 그 사유와 집념과 결과가 보호받고 기록되길 염원하는 한국 근현대 건축을 그러모았다.

출판문화회관 홍순인, 1975년
출판문화회관은 경복궁 사거리 동십자각에서 국립현대미술관 방향으로 가는 길이 시작되는 코너에 있다. 건축가 홍순인이 설계한 또 다른 건축물 이마빌딩의 편평한 입면과는 달리 출판문화회관에서는 깊은 음영이 만드는 입면이 눈에 띈다. 다시 말해 창문 디테일이 외벽에서 꽤나 많이 셋백 Set-Back 된 모습이고, 1층에는 회랑까지 있다. 이마빌딩과는 다른 태도의 입면을 갖고 있지만, 건물이 놓인 장소의 배경으로 적합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출판문화회관은 갤러리와 박물관이 줄지어 선 길에 위치해 있다. 이마빌딩이 오피스 지역 중심에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풍경의 배경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면, 출판문화회관은 박물관 길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풍경에 어울리는 배경이다. 윤희영(<도무스 코리아> 편집장)

1988년 1월 출간된 <젊은 건축가 홍순인 작품과 그의 생애>에 실린 이마빌딩 도면과 전경. 이마산업 소장 자료.

이마빌딩 홍순인, 1983년
이마빌딩과 앞서 소개한 출판문화회관은 10여 년간 근처를 오가며 매번 눈에 띄는, 좋아하는 건물이었고, 알고 보니 한 건축가의 작품이어서 놀란 기억이 있다. 홍순인은 1982년 나이 마흔에 타계하기까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여러 수작을 남겼다. 그를 기리는 책 <젊은 건축가 홍순인 작품과 그의 생애>에는 그를 두고 “범용 아닌 수월의 추구, 범속 아닌 미의 추구, 그러면서 편집 아닌 포용적인 인간성”이라 묘사했다. 이마빌딩은 15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인데, 건물의 코너 부분이나 창문의 건축 디테일을 다룬 방식이 유독 섬세하다고 느꼈다. 벽돌을 외장재로 사용한 건물은 대체로 창문을 안으로 셋백 Set-Back 시켜서 입면에 음영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마빌딩은 창문과 외벽이 한 면이다. 음영이 최소화된 건물의 검박한 입면이 건물이 놓인 장소의 배경으로 제격이라 생각했다. 건물은 동서의 도로와 면해 있는데, 로비의 동서 방향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민간 기업의 오피스 빌딩 로비가 도시 가로를 연결한다는 이야기는, 설계 의도로는 자주 들을 수 있지만 실제로 경험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희영(<도무스 코리아> 편집장)

참고문헌 - 기록해야 할 한국 근현대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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