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빌딩도 길・흉지 있다.
10·29 부동산시장안정화대책의 반사이익 상품으로 오피스빌딩이 급부 상하면서 ‘명당’과 ‘저주’ 운운하는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입주 후 사업을 번창토록 이끄는 명당이 있는가 하면, 입주하자마자 쇠락을 재촉 하는 저주 내린 건물도 있다는 것이다.
종로의 이마(利馬)빌딩은 대표적인 명당 오피스빌딩으로 통한다. 임금 의 말을 기르던 터로 서울 3대 명당에 속한다는 게 지관들의 평가다. 지난해 월드컵조직위원회가 대회 성공을 기원하며 이마빌딩을 택했을 정도다. 삼일회계법인 코카콜라 ING생명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쟁쟁 한 기업들도 이 빌딩을 거쳐갔다. 입주 당시에는 신생업체 혹은 지점이 었다가 사무실이 비좁을 정도로 급성장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삼표산업 캐나다관광청 등이 명당 빌딩의 기운과 후광을 기다리고 있다.
이마빌딩은 한국 사정에 어두운 다국적 기업 지사의 요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지사를 설립하려는 외국 기업이 가장 먼저 알아보는 곳이 바로 이마빌딩이라는 것이 주변 부동산업자들의 귀띔이다. 빌딩 안에 일본 대사관 영사과가 있기 때문에 빌딩 안팎으로 한국후지쯔 하꾸주코리아 등 일본계 업체들이 몰려 있다.
빌딩 정면에는 미국대사관, 뒤쪽에는 일 본대사관이 버티고 있는 덕에 각종 시위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이들 외국계 기업들에는 메리트다. 준공 20년이 된 이마빌딩은 그래서 아직도 공실률이 1~2%에 불과하다. 경기불황 때문에 공실률이 10% 이상 높아진 여느 빌딩과는 무관하다. 임대료도 덩달아 매해 5~10%씩 수직 상승해 평당 보증금 64만원, 임대료 7만7000원에 이르렀다. 송장원 이마산업 과장은 “4~5년 전부터 꾸준히 리모델링을 통해 내부 를 새롭게 단장해 왔다”며 “20년을 이어온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설비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이마빌딩과 딴판으로 온갖 괴담에 시달리며 ‘무 덤’처럼 기피 대상이 돼 버린 빌딩도 있다.
벤처업계의 요람으로 주목받았던 옛 M빌딩(현 C사 사옥)이 대표적이다 . 전성기를 구가하며 당당히 입주한 업체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망해 나 가다시피 하는 불운이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현장이다. M빌딩을 인수했던 C사가 미국계 부동산투자기업인 L사에 건물을 매각키 로 결정함에 따라 불과 4년 새 건물 주인이 M, C, L사로 세 차례나 바뀌 게 됐다.
96년 동아건설이 지은 이 빌딩으로 당시 벤처업계의 대부로 인정받던 L 회장이 입성했지만 무리한 투자를 감당 못한 채 금세 무너지고 말았다 . 2001년에는 이 건물을 인수한 당대의 신흥강자 C사도 결국 미국 회사 에 건물을 내주는 처지로 전락했다.
강남의 어느 부동산중개업자는 “빌딩을 인수할 L사의 미래가 궁금하기 만 하다”면서 “국내 업체들을 두 손 들게 만든 빌딩의 저주가 외국계 업체로 통할지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헤럴드 경제 2003년 11월 13일 자 39면 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