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마다 "風水...風水..."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들 사이에 ‘풍수(風水) 경영’이 유행이다. 투자나 사업확장을 할 때 풍수 전문가들이 알려준 장소에 공장이나 사옥을 짓는가 하면, CEO의 책상 위치까지 풍수를 따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은행은 풍수를 보려는 기업고객들이 늘자 얼마 전 ‘풍수 컨설팅’을 시작했다. 풍수지리협회 김수환 회장은 “불경기일수록 풍수 컨설팅 수요가 늘어난다”며 “나도 요즘 한 달에 2~3건씩 기업인들에게 풍수를 봐준다”고 말했다.
C&그룹(옛 세븐마운틴그룹)의 경우 우방건설을 인수하는 등 회사 몸집이 커졌는데도 사옥이 따로 없고 서울 중구 장교빌딩에서 셋방살이를 고집하고 있다. 임병석 회장이 이 빌딩의 사무실 한 칸을 빌려 창업(해운업)을 했는데, ‘좋은 터’ 덕분에 승승장구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이마(利馬)빌딩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쓰던 말과 마차를 관리하는 관청이 있던 터로, 지세(地勢) 좋은 북한산 자락이 끝나는 ‘명당’으로 소문난 곳이다. 그래선지 이 빌딩 임대료는 불황에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빌딩 관리사무실 송장원 과장은 “터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입주하려 찾아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계천변 SK그룹 사옥에는 거북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것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여럿 있다. 화기(火氣)가 서린 자리라 불기운을 막기 위해서 거북을 두었다고 SK 관계자는 말했다.
서울 남대문로 신한은행 본점 사옥터는 구한말 화폐 주조소(전환국)가 있던 곳. 돈을 불러모으는 자리여서 신한은행이 LG카드를 인수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해석이 금융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은 풍수 전문가의 말을 듣고 사무실과 책상 위치를 정했다고 한다.
2006년 9월 11일, 조선일보 경제 1면 기사